“원두별 맛의 차이를 처음 느꼈던 그날부터 생긴 ‘커알못’의 변명”
커피 좋아하시죠?
아침에 출근길에, 혹은 점심 먹고 나른할 때 손이 먼저 가는 그 한 잔.
근데 진짜 솔직히... 커피 맛 다 똑같다고 생각한 적, 한 번쯤은 있으시죠?
저도 그랬어요.
그냥 “진하네”, “연하네”, “이건 단맛이 좀 도네” 정도만 알았죠.
그게 전부인 줄 알았어요.
1. 예가체프가 알려준 ‘산미’라는 세계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따라 카페에 갔다가
“오늘은 이거 마셔볼래? 예가체프야.”
처음 듣는 이름. 그냥 커피 아닌가? 싶었는데, 첫 모금에서 진짜 충격받았어요.
신맛인데, 기분 나쁜 신맛이 아니에요.
레몬 같기도 하고, 블루베리 느낌도 있고...
목 넘김 후에 입안에서 상큼한 향이 도는 그 순간,
“아... 커피가 이렇게 생기발랄할 수도 있구나” 싶었죠.
그 뒤로 케냐 커피도 마셔봤는데,
오렌지 껍질을 살짝 문 듯한 향, 블랙커런트 같은 산미...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제 커피 인생의 ‘시작’이었어요.
솔직히 산미 커피는 취향이 갈려요.
처음 마시면 “왜 신맛이 나지?”라고 당황할 수 있어요.
근데 빠지면 답 없습니다. 그 상큼함이 자꾸 생각나요.
2. 바디감? 그게 뭔데요?
예전엔 커피 설명에 ‘바디감이 좋다’라는 말이 있으면 그냥 넘겼어요.
“바디감이 있다고? 그게 뭐야?”
근데 만델링을 마셔보곤 고개를 끄덕였죠.
묵직하고 진득한 느낌. 입안에 머무는 시간마저 다르게 느껴졌어요.
아, 이래서 다들 ‘만델링은 다르다’고 말하는구나.
라테에 넣어 마셔도 커피 맛이 살아있어요.
우유에 묻히지 않고, 딱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런 맛.
브라질 커피도 좋아하게 됐어요.
구수하고 너트향 나는 고소한 맛.
딱 아침에 한 잔 마시면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랄까?
커피 한 잔인데 밥 먹은 느낌이 드는 건 처음이었어요.
3. 향으로 마시는 커피
게이샤.
이름이 예뻐서 샀는데, 향은 더 예뻤어요.
재스민, 복숭아, 살구... 진짜 꽃 한 송이를 마시는 기분이었죠.
그걸 마신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어요.
진심이에요. 향 하나가 사람 감정선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예멘 모카.
이건 좀 더 깊고 어른스러워요.
와인처럼 진한 향에, 초콜릿 같은 무게감.
조용한 밤에 마시면 괜히 마음이 울컥하기도 해요.
그렇게 커피 한 잔에 위로받았던 날도 있네요.
4.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나를 말해요
요즘은 카페 가서 메뉴보다 먼저 물어요.
“이거 어떤 원두 쓰셨어요?”
예전엔 그런 사람 보면 좀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제 일상이 됐어요.
왜냐면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날의 ‘기분’을 반영하는 거더라고요.
어떤 날은 산미가 확 깨우는 커피가 필요하고,
어떤 날은 묵직한 바디감으로 안정을 찾고 싶고,
또 어떤 날엔 그냥, 향 하나로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어요.
당신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오늘 하루, 어떤 기분인가요?
그 기분에 맞는 커피, 한번 찾아보세요.
그게 바로,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