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한다고는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예전엔 "그게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생각했어요. 아메리카노든 라떼든, 진하면 진한 거고 연하면 연한 거지… 그런데요, 어느 날 친구가 건넨 한 마디가 저를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게
"이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야. 향이 다르지 않아?"
그날 이후였어요. 단순히 카페인이 필요한 음료가 아니라, 마치 와인처럼 ‘어디서 자랐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건요.
1.열대 고산의 풍미 -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처음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셨을 땐, 향이 너무 강해서 깜짝 놀랐어요. 자스민 같기도 하고, 살짝 베르가못 향도 나는 것 같고요. 알고 보니 해발 2,000m 가까운 고지에서 자란 커피더라고요. 일교차가 심해서 커피 체리가 천천히 익는다고 해요. 그 덕분에 안에 당이 풍부하게 들어서, 마치 과일차 마시는 것처럼 상큼했어요.
케냐 커피는 좀 더 묵직했어요. 블랙커런트? 자몽? 와, 이게 커피라고? 그날 이후 ‘케냐 AA’는 저만의 각성용 커피가 됐답니다.
2.화산 토양의 깊은 맛 -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커피를 처음 접한 건 비 오는 날 오후였어요. 향은 은은하고, 맛은 묘하게 고소하면서도 산뜻했어요.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서, 딱 하루의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죠. 알고 보니 이 커피, 해발 1,800m의 안데스 산맥에서 자란 거래요.
과테말라 커피는 마치 초콜릿처럼 진했어요. 향부터 묵직하고, 입에 머무는 감촉도 뭔가 안정적인 느낌? 그게 화산 토양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연이 만든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뜨거운 기후 속 강렬한 매력 -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솔직히 로부스타는 예전엔 별로였어요. 쓰고 강한 맛에 부담스러웠달까요. 그런데 베트남 여행 중에 한 노천카페에서 마신 그 로부스타… 달달한 연유랑 섞이니까, 이건 뭐… 디저트 그 자체였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은 정말 강렬해요. 바디감도 두텁고, 약간 향신료 같은 느낌도 나요. 하루를 진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맛이죠.
인도 커피는 은근히 매력 있어요. 처음엔 뭐가 특별한지 몰랐는데, 자꾸 마시다 보니 카카오 같은 느낌이 중독성 있게 남아요. 그게 아마, 그늘 아래서 천천히 자란 나무들 덕분 아닐까요?
4.원산지를 알면, 커피가 더 특별해집니다
이제는 카페 가서도 "원두 어디 거예요?" 라고 자연스럽게 묻는 내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커피는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다음에 커피 한 잔 하신다면, 그 커피가 어떤 기후에서, 어떤 토양에서 자랐는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그 안에 담긴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가, 입 안에서 더 오래 머무를지도 몰라요.